대한상공회의소 자격평가사업단

“탈락입니다.”(자격증의 부재)

대학 졸업 후 취업 준비를 뒤늦게 시작했다. 무슨 자신감이었는지 모르겠다. 그저 사범대를 졸업하면 막연하게 교사 혹은 공무원이 쉬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왔다. 이러한 편협한 사고방식은 나의 앞길을 조금씩 좁혀오고 있었다. 졸업 후 나는 교사도, 공무원도 될 수 없었다. 그동안 해왔던 공부를 모두 접고 뒤늦게 취업 시장에 뛰어들어야 했다.

텅 빈 이력서는 제출 버튼을 누를 때마다 부끄러웠다. 수백 개의 이력서를 썼고, 수십 개의 면접을 봤다. 취업시장에 뛰어들 땐 나름 호기로웠으나, 연속되는 탈락에 초장기의 호기로움과 패기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나는 나 스스로를 일 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왔다. 때문에 탈락의 원인은 내가 아닌, 나라는 인재를 알아보지 못하는 기업에 있다며 원망의 화살을 돌리곤 했다. 여느 날과 다름없이 핸드폰엔 ‘귀하와 함께 할 수 없게 되었다.’ 라는 내용의 문자가 날아왔다. 벌써 이게 몇 번째 탈락이던가.

아버지, 날 보고 있다면 정답을 알려줘

연속되는 탈락에 좌절, 아니 그보다 더한 자기혐오를 느끼고 있을 때쯤 아버지가 한 마디 건네셨다.

“취업 시장에선 너의 가치를 네가 판단하는 게 아니다. 너의 가치와 역량은 겪어보지 않은 이들은 모르는 미지수의 세계이다. 네가 일을 잘할 수 있다는 걸 증빙해 줄 수 있는 객관적 자료를 준비해라. 직무를 정확히 정하지 못해도 괜찮다. 다만, 남들 다 가지고 있는 기본적 자격증은 따고 시작해야 적어도 남들과 동일 선상에서 시작할 수 있단다.”

아버지는 회사의 감사를 맡고 있는 상무이다. 그는 내게 자신이 사원이었던 시절 공부했던 책을 쓱 내밀었다. 97년도에 출간된 엑셀 교재였다.‘내가 1997년도에 태어났는데, 그 시대에 발간된 책이 20년 이상 지난 지금도 먹힐 거라고 생각하시나?’라는 코웃음 담긴 마음과 함께 책을 받아왔다. 가벼운 마음으로 엑셀을 켰고, 책을 폈다. 곧이어 나는 좌절했다. 97년도 교재의 열 페이지 이상의 진도를 겨우, 정말 겨우 따라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순간 깨달았다. 이런 기본적 능력도 없는 내가 왜 떨어졌는지에 대해 말이다.

컴퓨터활용능력 취득은 취업 성공률을 높인다

컴퓨터활용능력 자격증 취득 후, 서류심사 합격률이 눈에 띄게 늘었다. 이력서에 '컴퓨터활용능력 자격증 보유' 만을 추가했는데 말이다. 이전에 서류심사에서 탈락했던 곳, 비전공분야의 기업 등 다양한 회사의 면접에 참여할 수 있었다. 일부 면접에선 자료 분석 및 통계 자료 작성 능력을 확인하기 위해 엑셀 시험을 치렀는데, 자격증을 준비하며 공부했던 함수식, 고급 필터 등의 지식을 활용해 큰 어려움 없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최종적으로 금융계 사무직에 합격하였고, 현재까지도 근무 중이다.

대부분의 자격증과 달리 컴퓨터 활용능력은 시험문제와 실무 적용 내용이 동일해 취업 그리고 근무함에 있어 큰 도움을 받았다. 현재 근무지에서도 컴퓨터 활용능력 자격증 지식을 기반 삼아 업무적으로 꽤나 인정받고 있다. 직장 동료가 문서 작업 중 어려움이 있어 도움을 줄 때, 사내에서 사용할 계산식을 막힘없이 만들어 낼 때와 같이 업무를 하는 순간마다 컴활 자격증의 활용성에 놀라고, 이를 거침없이 해결하는 내 자신이 너무나 기특하게 느껴진다.

이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

취업을 한 지 벌써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자격증을 취득하라는 아버지의 조언을 받았을 때, 그리고 자격증 합격과 동시에 본격적으로 열린 나의 취업문까지. 취업 준비 기간부터 책상에 앉아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까지의 과정을 회상해 본다.

내가 직장을 다니게 해준, 사원이라는 직급을 달게 해준 일등공신은 컴퓨터 활용능력 자격증이라고 생각한다. 최종 합격이라는 결과, 실무 능력 향상, 자격증 취득을 통해 개인적 성취감과 도전의식을 느끼게 해주었으니 말이다.

내년엔 이직을 할 예정이다. 다시 취업 준비를 하며 합격과 탈락을 맛봐야겠지만 더 이상은 두렵지 않다. 나의 업무 능력이 꽤나 괜찮다는 것을 나뿐만 아니라 대한상공회의소가 컴퓨터활용능력 자격증을 통해 보증해 주고 있으니 말이다. 요즘엔 주변 후배들에게 취업 관련 연락이 자주 온다. 아무래도 전공을 살리지 않고 타 직무로 변경해 취업한 선배들이 몇 안 되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그들에게 밀린 답장을 보내야 할 것 같다.“너, 컴활 자격증은 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