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 자격평가사업단

슬픈 합격과 불합격

‘합격’ 수십 번 들어도 질리지 않는, 물리지 않을 단어다. 하지만 슬픈 합격도 있다. 조국의 부름을 정중하게 사양하고 싶은 대한민국 남자의 상징 <영장>을 받았다. 30개월씩 군복무를 하시던 “라떼는 말이야~” 아버지 세대에 비하면 18~21개월은 짧은 시간이지만, 결코 위로가 되지는 않았다. 이왕이면 더 나은 환경에서 군 생활을 하고 싶었다. 육군, 해군, 공군, 해병대, ROTC, 카투사(KATUSA)등 모든 선택지를 열어놓고 저울질하기 시작했다. 선배와 먼저 간 친구들에게도 조언을 구했다. 그리고 결심했다. 개월 수는 많지만 자기 계발 시간이 다른 군에 비해 더 많다는 공군을 택했다.

공군에 지원한 후, 합격자 명단을 봤다. 불합격이었다. 충격이었고 믿어지지 않았다. 아무리 경쟁률이 높은 공군이라지만 내가 떨어질 것이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불합격이라는 불명예를 준 곳은 내가 원했던 대학교를 제외하고는 없었다. 국가의 부름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컴퓨터전공 학생을 탈락시킨 공군이 이해가 가질 않았다.

자기반성과 성장

부족한 게 무엇인지 찾아보았다. 처음엔 내게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고 합격한 다른 사람들의 이유를 그저 운이라고 치부했다. 불합격의 원인을 외부에서 찾으려 했다. 나를 되돌아보며 잘못된 점을 찾기 시작했다. 내겐 문제가 없을 거라는 안일한 사고방식과 공군을 너무 만만하게 봤다. 다른 사람들은 공군에 들어가기 위해 자격증을 취득하고, 어학성적을 높이고 한국사 시험까지 보고 있었다. 봉사활동을 하고 심지어 헌혈까지 하면서 합격을 향한 점수를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나의 발자취를 돌아보니 입시가 끝난 자유로움을 줄곧 즐기고 있었다. 누구나 갈 수 있는, 가야 하는 군대였기에 지원만 하면 될 줄 알았던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자격증 취득을 우선순위로 정하였다. 컴퓨터공학과에 재학 중이니 어떤 자격증이 유리할까 생각하면서 2가지를 목표로 정했다. 첫 번째는 컴퓨터 활용능력 자격증이었고 두 번째는 정보처리기사 자격증이었다. 우선 컴퓨터 활용능력 1급에 도전했다. 컴퓨터공학부에 도움이 되면서 공군에서도 유익 하게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재도전과 성공: 공군 지원에서의 합격

첫 번째 시험 불합격, 두 번째 시험 불합격, 세 번의 도전 끝에 컴퓨터활용능력 1급 자격증을 거머쥘 수 있었다. 공부에 대해서 나름 자신 있었던 나였지만 컴퓨터활용능력 자격증 또한 만만치 않았다. 누구나 맘만 먹으면 딸 수 있다는 말은 거짓이었다. 공군지원과 컴퓨터활용능력 불합격이라는 결과는 행복해지기 위한 결핍이었다.

공군에 재지원 후 컴퓨터에 선명하게 보이는 <합격>이라는 글자는 기쁜 마음 한 개와 무거운 마음 한 개를 선사했다. 원하는 목표를 이루었다는 결과 뒤에는 컴퓨터활용능력 자격증이 주는 안도의 놀라움이 뒤따라왔다.

서류전형 커트라인 82점, 내가 취득한 점수는 83점으로 거의 턱걸이 수준으로 합격한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컴퓨터활용능력 자격증이 없었더라면 탈락의 쓴 물을 또 마셨을 터이다. 실추된 명예와 자존심을 회복시켜 준 자격증이었다.

꿈을 향해 날개를 펼치며, 계속 나아가다

공군에 입대한 후, 컴퓨터활용능력 자격증은 큰 힘이 되었다. 문서작성은 물론이고 엑셀을 이용해 흩트려져 있는 목록과 리스트를 정리했다. 체계적이고 규칙적인 군의 특성상 일과시간이나 각종 보급자료 등을 알기 쉽게 PPT로 정리했다. 컴퓨터는 누구나 사용할 줄 안다. 간단한 문서작성이나 양식 등 한 두개는 문제 되지 않는다. 하지만 양이 넘쳐나고 찾을 목록이 수백 수천 개를 넘어갈 때면 소위 말하는 멘붕이 온다. 그 늪에서 빠져나오는 길이 컴퓨터활용능력 자격증이다. 이 어려운 일들을 해내며 부대 내에서의 내 위상은 높아져갔다.

자격증 덕을 톡톡히 본 지금의 나, 이병장은 정보처리기사 자격증 공부를 하고 있다. 컴퓨터활용능력 자격증으로 가고 싶은 공군을 가서 엘리트 소리를 들었으니 이제는 정보처리기사 자격증을 꼭 취득해서 전역 기념으로 나 자신에게 선물하고 싶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자격증이란 단순히 내가 원하는 곳에 합격하기 위한 직무수행능력의 증표를 넘어 자격증을 취득하기까지의 노력과 열정의 산물인 동시에 내가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보여주는 자신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