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 자격평가사업단

한글속기 자격증을 준비하다

어려서부터 컴퓨터로 하는 것은 다 좋아했다. 매일 컴퓨터 학원으로 달려가 타자연습을 하는 게 매우 즐거웠다. 대부분의 시간을 타자게임으로 보냈지만.. 중학교 때 내가 살던 지방에서 컴퓨터 타자 빨리 치기 대회가 있었는데 놀라운 솜씨로 학생 대표 1등이 된 적도 있었다. 그렇게 자라 대학 전공도 비슷하게 진학하였고 졸업 후 IT기업에 입사하여 젊은 시절을 보냈다. 그리고 결혼을 하고 사랑스러운 두 아이를 얻어 행복한 시절들을 보내고 있었다. 육아와 일을 병행 한다는 것이 아무리 주변의 도움을 받는다고 해도 워킹맘으로 지내는 하루하루가 너무 힘들었다. 몸이 지쳤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한다고 생각했지만 전혀 그것이 기쁨으로 다가오지 않을 무렵 가족과 상의 후에 큰 결정을 내렸다.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내가 행복해 질 수 있는 일을 다시 찾아보기로 한 것이다. 그때 우연히 알게 된 직업이 속기사였다. 타자치는 것을 어려서부터 좋아했고 컴퓨터 다루는 것도 능숙했다. 그래서 속기사라는 직업에 큰 매력을 느꼈고 자격증만 가지고 있으면 필기시험도 따로 필요 없고 공무원이 될 수 있는 길도 있다고 하여 바로 학원을 등록하고 한글속기 자격증 준비를 시작하였다.

한글속기 자격증을 취득하고 속기사가 되다

한글속기는 속기 키보드 자체가 일반인들이 타자를 치는 컴퓨터 자판과 배열 자체가 달라 처음에는 적응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어렸을 때 타자치는 방법을 배웠던 것처럼 속기키보드의 기본 자판 배열과 약어(빠르게 단어를 타이핑할 수 있게 만든 일종의 단축키)들을 공부하는 것이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한글속기 자격증 시험은 각 급수마다 논설체와 연설체가 있고 90%이상의 정확도를 갖춰야 합격을 하게 되는데 공부를 시작한지 약 1년 반 만에 2급과 3급 자격증을 취득하였고 꾸준히 연습한 결과 뒤이어 한글속기 1급을 취득할 수 있었다. 자격증 취득 후 학원과 속기협회 등의 추천으로 의회 정례회 기간제 근무와 콜센터 전사 작업, 관공서 회의록 기록, 각종 녹취록 작성 등의 업무를 할 수 있었다. 속기사는 사람이 하는 말을 최대한 빠르고 신속하게 그리고 정확하게 기록하는 일인데 실제 실무에 나가 보니 단순히 나의 기량을 뽐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업무와 전문영역을 접하게 되면서 사람들과 소통하며 일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교육속기사가 되다

아는 만큼 들린다는 말이 있다. 일을 할 때 그 분야에 대해 지식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으면 들리지 않고, 들리지 않으면 그것을 타자로 칠 수가 없다. 그리하여 새로운 업무를 시작하게 될 때마다 나 또한 속기 연습뿐만 아니라 그 분야에 대한 공부를 쉬지 않고 할 수 밖에 없으니 나 자신에게도 정말 많은 공부가 되었다. 나의 제2의 직업, 속기사. 그렇게 새로운 시작을 하였지만 사실 손이 많이 가는 아이들을 키우며 간간히 일을 받아가면서 일을 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러던 중 교육속기사를 알게 되었다.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는 대학생들의 강의를 속기해 주는 일이었다. 대학생 강의를 지원해 주는 일이라 학기 내에만 일이 있으니 아이들 케어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주15시간 이내 근무로 내 개인 시간 또한 보장받으며 일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이력서를 제출했는데 다행히 합격할 수 있었다.

나의 성장 발판 교육속기사

첫 학교에서 2019년도 2학기부터 근무를 시작했는데 그 때는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이전이어서 학생들과 같이 충분한 소통을 해가며 강의에 임할 수 있었다. 1교시 강의 또한 잠을 이겨가며 어려운 영어 전공서적도 함께 이해하면서 교수님이 말씀하시는 농담까지도 놓치지 않고 학생에게 전달하기 위하여 꾸준히 노력하였다. 학생들이 미리 보내주는 강의안이나 교재내용을 강의시작 전 미리 꼼꼼히 체크하여 몰라서 놓치는 부분이 없도록, 학생과 함께 소통해 가며 강의에 임했다. 지금은 코로나19로 인해 대부분의 대학 강의들이 비대면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특히 청각장애학생들이 강의를 듣는 데 어려움이 있고 대학 내 교육속기사들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고 생각한다. 교육속기사로서 대학 내 다양한 전공과목과 교양과목을 듣는 학생들이 있기에 나 또한 새로운 전문지식들을 다양하게 접할 수 있어서, 항상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려고 노력했다. 생각해 보면 교육속기사로서의 길은 오히려 내가 항상 과거보다 더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 되어준 것 같다. 한글속기를 알게 되어 제2의 직업을 가지게 된 지금의 나에게 더없는 칭찬을 하며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앞으로도 꾸준히 성장하는 속기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