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 자격평가사업단

승무원 무급휴가 기간에 눈에 띈 무역영어 자격증

코로나로 한국에 온지 벌써 7개월 째. 외국 항공사에서 승무원으로 일하던 나는 코로나로 무급휴가를 권장받고 한국에 돌아와 있었다. 몇 개월이면 끝날 것 같던 코로나는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무급휴가로 한국에 있었지만, 다른 항공사의 승무원들이 권고퇴직을 당하는걸 보니 나 또한 권고퇴직으로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확신과 두려움이 커지기 시작했다.

그 때 그나마 내가 할 수 있는 영어와 승무원으로써 다른 나라를 다녀본 경험을 기초로 시작할 수 있는‘무역영어’라는 자격증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무역영어 자격증을 공부하며 승무원 아닌 다른 인생을 생각하다

무역영어 자격증을 따기로 결심한 뒤, 나의 생활에 몰두할 것이 생겼다는 안도감과 이 자격증을 따면서 다른 새로운 길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아침마다 세수하며 되새겼다. 그렇게 아침마다 마음을 다잡는 하루하루를 보냈다. 시험날짜가 다가올수록 이 자격증을 꼭 취득해야겠다는 마음은 우울했던 나를 조금은 생기있게 만들기 시작했다.

무역영어 강의를 들으며, 무역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찾아보게 되었다. 그러면서‘무역’이라는 세계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일하고 있음에 신기했다. 승무원으로만 일했던 내가 좁은 세계에 살고 있었음을 느꼈다.

너무 당연한 말 일수도 있지만, 내가 승무원이 아닌 다른 일을 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물음표 혹은 설레임을 주는 깨달음이었다. 그렇게 점점 나는 승무원이 아닌 또 다른 인생에 대해서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무역영어 자격증 취득과 항공사 사직서 제출

그렇게 무역영어 2급을 취득했다. 취득한 자격증을 확인하려 코참패스 사이트를 하루에 몇 번이고 들락날락했다. 괜스레 뿌듯하고 자격증을 딴 내 자신이 대견하게만 느껴졌다. “그래, 하나씩 해나가면 돼!” 뭔지 모를 들뜸과 용기가 생기는 것 같았다. 그나마 나의 얼굴에 생기와 활력이 아주 조금은 도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이러한 활력은 내가 승무원을 그만두고, 한국에서 다른 직장에 들어갈 수도 있겠다는 아주 작은 용기를 북돋아주었다.

고심 끝에 나는 항공사에 사직서를 제출했다.‘그래, 한번 기업에 이력서를 넣어보자’라고 생각하고 나의 이력서에 무역영어 2급 하나를 더하니, 나의 능력을 더욱 빛내주는 하나의 빛과 같이 위안이 되는 듯 했다.

무역영어 자격증을 바탕으로 대기업에 입사하다

일자리를 찾던 중, 익숙한 이름이 눈에 띄었다. 바로 LG전자. LG전자의 전시장 담당 사원을 구한다는 공고였다. 일반 회사원으로 일해 본 적도 없고, 나이도 많고, 전시장에 대해서는 기초지식이 없었지만 그냥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아니나 다를까, 면접장소에 도착하니 모두가 20대 초·중반이었다. 나 혼자만 30대인 것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괜스레 내가 앉아있는 자리에서 핸드폰만 바라보고 있었다. 내 이름이 호명되고, 2명씩 면접에 들어갔다. 그리고 운이 좋게도 무역영어 자격증에 대해 질문을 받았다.

“이 자격증이 정확히 뭐죠? 무슨 이유로 취득하신거죠?” 내가 몰두해서 땄던 자격증에 대한 답변은 긍정적으로 나올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전공하고, 사용해왔던 영어를 무역에 연계시키면서, 진취적으로 답변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자신감은 내가 30대이지만, 잘 할 수 있다는 모습을 보일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현재, LG전자의 전시장 담당 사원으로 일하고 있다.

왜 끊임없이 공부를 해야 하는지 깨닫게 해 준 무역영어 자격증

사실 자격증 하나를 취득한다는 것은 단순하게 공부를 하거나 혹은 스펙을 쌓기 위함일수도 있다. 하지만 30대 중반을 향해가는 상황에서, 코로나로 인해 새로운 일을 찾아가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내 인생이 실패한 것만 같은 패배감에 시달렸었다.

무역영어는 오롯이 승무원 하나만 할 줄 알았던 나에게, 다른 공부(혹은 시작)를 시작할 수 있게 만들어준 방아쇠와 같은 역할이었다고 생각한다. 그 작은 시작으로 조금 더 열심히 하루를 살 수 있있고, 어쩌면 그만두지 못하고 여전히 힘들어할 수도 있었던 승무원을 그만둘 수 있는 작은 발판도 마련해 주었다.

그리고 현재 나는, 여전히 다른 무궁무진한 세계를 궁금해하면서, 다양한 자격증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는 중이다.‘무역영어’라는 자격증은 내가 왜 끊임없이 공부를 해야하는지 깨닫게 해준, 인생에 고마운 존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