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 자격평가사업단

입사 5년 후 처음으로 위기에 직면하다

“안녕하세요. 기사님! 이 제품 다음 주까지 선적 부탁드립니다.”, “아 이선임! 답답하네 선입선출해야 해서 안돼요. 구 제품부터 출하합니다. 선임 짬밥에 아직 그 것도 모르나 참...” 2012년 초경합금 절삭공구 기업인 KORLOY 생산기술연구소의 기계분야 연구직으로 입사하여 만 5년이 지난 2017년에 겪은 일이다.

사실 연구직 특성상 현장과의 소통은 많지 않다. 주로 하는 일은 선배들이 작성한 모델링의 도면화 작업이나 팀내 지원 업무만 도맡아 하기 때문에 제조 전반에 뛰어들일은 별로 없다. 그렇기에 나의 전공 분야외 다른 지식을 요하지 않는다.

그러나 5년차 이상 선임연구원 정도 되면 개발 테마의 담당자로서 제품 기획부터 부터 대한 전체적인 제조를 총괄하기 때문에 제품 전반의 유통 흐름을 알아야 했다. 하지만 아직 나에게 그러한 지식은 전무했다.

유통관리사의 필요성을 인식하다

신규 개발할 제품의 시장조사를 위해서는 현재 우리회사 기존 제품의 판매 문제점부터 파악해야 했다. 우리가 납품하고 있는 도매상들의 마케팅 전략을 확인하고 문제가 있는지? 누락된게 없는지? 체크리스트를 작성해 확인해야 했다. 하지만 용어도 생소하고 필수적인 항목이 무엇인지 알 길이 없어 막막했다.

또한, 기존 제품의 원가에는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 MOQ, EOQ등 확인해야 할 사항이 많았다. 게다가 앞서 언급한 선입선출... 알아야 할게 태산이었다.

이러한 고민을 겪고 있던 찰나 경영학과를 졸업한 고등학교 동창이 유통관리사란 자격증을 소개시켜 주었다. 취업 준비할 때 땄던 자격증이라면서 니가 말한 유통 관련 정보는 다 있을 거란 이야기와 함께 수험서를 쥐어주면서 말이다.

100일의 기적! 통잠과 함께 찾아온 자격증 그리고 승진

그렇게 유통관리사 2급 수험 생활이 시작 되었다. 하지만 선입선출도 모르는 비전공자로 첫 기출문제를 풀자 결과는 평균 40점.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그런데 그해 여름, 내 인생에 가장 선물과 위기가 동시에 왔다. 사랑스런 딸 아이가 태어난 것이다. 너무 기쁘지만 이 때부터 나의 수험 생활은 더욱 어려워 졌다.

아이가 통잠을 자지도 않는 100일을 100일의 기적이라고 한다. 이 100일간 아이를 재우고 잠을 줄여 저녁 3시간씩 3개월을 주경야독하여 마침내 유통관리사 2급에 합격하는 100일의 기적을 이뤄냈다.

유통관리사 취득 후 가장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은 유통 용어가 이제는 더 이상 두렵지 않다는 것이다. 이러한 자신감은 제품 기획안 작성시에 충분히 드러났을 뿐만 아니라 관련 부서별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함에 있어 매끄러움을 느꼈다.

덕분에 개발 담당자로서 테마 전반을 이끌어가는 능력을 인정받아 2020년 1월 밀링공구개발실 실장으로 승진했다. 동기 중 가장 빠른 케이스였다.

유통관리사는 유통업에 종사하는 사람 뿐만 아니라 자영업자, 일반 직장인들도 반드시 알아야할 필수 교양임에 틀림없다. 그렇기에 혹 유통에 관심이 있다면, 그리고 관련 용어가 생소하다면 누구든지 도전하기를 추천드리는 바이다.